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게임/잡담

게임을 평가할 때...

by HyunS_PG 2023. 12. 3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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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 게임으로 인해 게임에 대한 생각이 조금 바뀌었습니다.

[호그와트 레거시]를 플레이하기 전에는 게임들을 평가할 때, 스토리나 그래픽, 사운드, 최적화 등 이런 요소는 부가적이라 생각했고 게임성을 중점에 두고 평가를 했습니다.

이유는 간단했습니다. 게임은 게임이니까 였습니다.

 

유명한 게임 개발자 존 카맥도 이런 말을 했죠. "게임에서의 스토리는 ㅍㄹㄴ의 스토리와 같다." 완전히 공감까지는 아니지만 일부 공감하는 편이었습니다.

 

이 게임은 부가적인 요소들을 빼고보면 게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상당히 많았습니다.

볼륨늘리기용으로 만든 의미없고 지루하고 반복성 퍼즐들,
생김새만 다를 뿐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적들의 종류,
레벨스켈링으로 인해 의미가 없어진 장비의 능력치들,
영혼없는 NPC들의 연기,
다른 게임들과 마구 짬뽕시킨 느낌
등등...

예전의 저의 평가 기준으로 이 게임을 평가한다면 3점 혹은 3.5점을 줬을 것 같아요. 게임으로만 봤을 때 부족한 부분이 많은 건 사실이니까요.

 

그런데 이상하게도

이 게임의 초반부에 압도된 무언가 때문에 마음 속으로는 높게 평가하고 있더군요. 분명 전 해리포터 팬도 아니고, 게임을 평가할 때 위에서 언급한 부가적인 요소들 중에서도 특히나 그래픽 관련한 요소들은 중요하지 않았는데 말입니다.

왜 그럴까 깊은 고민을 했습니다.

 

답은 영화 <존윅>에서 찾았습니다. 영화도 게임과 비슷한 경우로 그 전엔 영화를 평가할 때 영화의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. 아무리 멋있는 연출, 뛰어난 연기 등을 보여주더라도 그 안에 스토리가 제게 깊은 울림을 주지 못한다면 그저 그렇게 봤었습니다.

그러던 중 다양하고 많은 영화들을 보면서 생각이 조금씩 바뀌다가 <존윅>을 보고 완전히 바뀌었습니다. 아... 이정도로 압도적인 액션은 스토리가 중요하지 않구나 하고 말이죠.

중요한 건 다른 영화에선 경험해보지 못한 액션을 보여주었다는 것이었습니다. 제작진들이 얼마나 공들이고 연구를 했을지 짐작할 수 없을 정도였어요.

마찬가지로 게임도 그렇다고 생각이 들었습니다. 게임성도 물론 중요하지만 다른 게임에서 느끼지 못한 경험만으로도 충분할 수 있다고 말이죠.

 

처음 호그와트에 도착했을 때

 

입학 후 기숙사 배정을 받을 때

 

영화에서만 보던 호그와트 성 내부를 돌아다닐 때

 

그리폰과 만나서 인사를 나눌 때

 

처음 빗자루를 타는 법을 배우고 호그와트 주변을 돌아다닐 때

어렸을 적 나름 재밌게 봤던 영화의 기억과 이와 같은 게임의 직접적인 경험과 맞물리면서 시너지 효과로 강렬한 경험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.

제가 생각하기엔 제작진들이 처음엔 의욕이 넘쳐서 여러가지를 집어넣으려고 하다가 나중에 벽에 부딫히면서, 오픈월드라는 장르는 버리고 해리포터 세계관 구현에만 선택과 집중을 하게 된 건 아닐까 생각이 듭니다.

방의 구조를 마법으로 바꿀 때 연출, 호그와트 내부에서 보여주는 연출들, 거울이나 차원문을 통해 이동될 때 연출 등 사소한 것들이지만 제작진들이 플레이어가 마법세계라는 이 세계관에 녹아들도록 여기저기 정말 공들여서 만든 게 보였거든요.

저와 같은 사람을 보고 어쩌면 게임에 대해서 모르네, 숲을 보지 못하고 나무만 보네 할수 있지만 사람마다 기준이 다를 뿐더러 각자 느낀 경험이 다를 수 있기 때문에 전 어느 쪽이 맞고 틀리고가 없다고 생각합니다.

나무와 숲이 아니라 서로 다른 숲을 보는 건 아닐까요? :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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